왜 이 글을 쓸까? 그저 답답한 마음이 아니었을까?
사실 답답함 뒤에 오는 청량함이 좋아 난 닭가슴살을 좋아하는 편이다. 뻑뻑해서 남들은 먹기 싫다는 것을 난 뻑뻑해서 좋아한다. 그 맛에 먹는다.
나의 삶도 이런 뻑뻑함이 아니었을까? 그 닭가슴살의 뻑뻑함이 나의 삶에 녹아있다. 과거부터 속을 뚫어줄 음료를 바랐고 지금도 그렇다.
그래도 나아갈 뿐이다. 가족들은 얘기한다. 왜 자꾸 니 인생 니가 꼬냐고... 그저 정해진 대로만 가면 알아서 우리가 도와줄건데.. 왜.. 왜.. 그러냐고
다행히 부모 잘 만나 가난하던 집은 가세를 일으켰고, 난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었다. 참 복이다.
사람이 어떻게 해야 성공하는지, 왜 노력해야 되는지 11살 때부터 부모를 보고 느낄 수도 있었다.
노력했음에도 기쁜 마음으로 삶의 뻑뻑함을 줄곧 먹어왔는데 삶이 뻑뻑하다 느낀다. 뻑뻑함에 물렸단 생각을 많이 느낀다.
분명 뻑뻑한 나날.. 난 5시간만 자가면서 무언가를 하기도 하고, 말더듬증을 극복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노력을 했다.
아쉽게도 20대 후반이 되었으나, 손에 자격증 하나 없으니 초라해보인다.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해 늘 감사하며 살아왔음에도...
난 보일 수 있는 눈이 있음에, 건강한 두 다리가 있음에, 지적 장애가 없음에, 부족한 나를 조건없이 사랑해주는 가족에 깊은 감사함을 느끼며 동시에 미안함을 느낀다.
너에게 나 하고싶은 말.. 고마워 미안해~ 라는 가사처럼 사실 많은 것을 포기하고 뻑뻑함을 씹어와준 나 자신에게 내가 이룬 결과물이 없으니 나 스스로가 미안함을 많이 느낀다.
4개의 길을 도전했고, 4개의 길에서 모두 실패한 지금.. 뻑뻑하게 식어버린 그 닭가슴살들을 다시 먹기 쉽지만은 않다. 전자레인지에 다시 돌리면 더 딱딱해지듯, 더 굳어가는 느낌이다. 나의 시간도.
분명히 눈앞의 폭풍을 잠재우지 못하면.. 나중에 더 큰 폭풍이 날 삼키러 온다는 해변의 카프카의 구절이 인상에 남아.. 미리 닭가슴살이 식어 씹기 더 어려워 지기 전에, 그 뻑뻑함을 꿀떡꿀떡 삼켜왔건만..
참 어렵다. 그냥. 그냥 어렵다.
자존심? 체면? 그런거 내려놓은지 오래다. 쪽팔림을 내가 얼마나 많이 당해봤는데... 남의 시선이 대수인가? 하루하루가 내겐 큰 용기가 필요한 도전이었는데... 그걸 이겨내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마음과 두려움을 있는 힘껏 내던져버려야만 했다.
지금은 내가 많은 걸 실패하고 좌절을 했지만. 잘 안다. 더 많은 것들과 좌절이 필요하다는 걸.
인생의 고통에 대한 총량은 모두가 같다는데... 왜 그 뻑뻑함은 먹어도 먹어도
기쁜마음으로 먹어도, 그리고 또먹고 먹어도 닭가슴살의 양은 줄지 않는 것만 같은가..
이박사님의 음악이 나에겐 무척 힘이 된다.
남들이 비웃든 간에, 4차원 웃긴 아저씨로.. 트로트계의 ㅂㅅ으로 취급 받아, 군대 위문 공연에서도 마을 어르신들이 대놓고 무시했다는데.. 그래도 열정을 잃지않고 공연을 마쳤다는 나의 우상.
손가락질 받아도 언제나 뽕짝 이라는 그의 가사처럼.
나도 나의 뻑뻑함을 계속 먹어치울것이다.
그래 누가 이기나 해보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슈킨)
23년 2.21
남들 다 김밥, 유부초밥 싸오는데 그 친구는 특이하게 충무김밥을 싸왔다. 그 김밥 안에는 밥과김만으로 된 김밥과 무김치, 오징어무침, 시락국이 있다.
내 반찬은 소고기 유부초밥이었던걸로 기억한다.
친구가 계속 혼자 구석진데 가서 혼자 조용히 먹으려했던걸... 내가 조용히 쫓아가서 잡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부끄러웠나보다.
다들 부모님이 도시락통 안에다 직접 싸주시는데, 혼자 검정비닐에 하얀종이로 돌돌말린 급히 사온 김밥이었으니말이다.
근데 나는 쫓아가서 그걸 또 뺏어먹었다. 왜 맛있는거 니 혼자 처먹으려 하냐면서 말이다.(중학생 때 나는 입이 험했다)
나는 소고기를 안 좋아하는데 자꾸 소고기 좋다고 멕이려는 우리 엄마. (난 소고기를 못 먹는건 아니지만 먹으면 속이 메쓱거려서 썩 반갑지는 않다.)
친구에게 그 소고기 들어간 내 반찬은거의 떠넘겨 버리다시피 하고 밥과 김만 있는 김밥이랑 무김치, 시락국을 시원하게 들이켰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나도 유부초밥은 좋아하지만... 난 딱히 없어도 상관없는데 고기 반찬 없는 친구가 좀 안쓰러워 좀 더 먹도록 내버려 두었던 그때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친구도 그 초밥을 맛있게 먹었다. 내가 김밥을 그렇게 먹어댔는데도 불평불만이 크게 없었던 걸보니 분명 내 도시락이 마음에 들었던게 분명하다.
그렇게 같이 먹으면서, 얘기도 하면서 지냇던 그 날의 소풍 때 본 맑은 하늘이 선명히 떠오른다.
윗 사연의 주인공도 따뜻한 온정을 작게나마 다른 누군가로부터 받았기를 바랐는데... 이 추억이 급히 떠올라 저장할겸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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