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수필

잘하는 일

하얀성 2022. 10. 17. 22:56

어린 마음에 뭐든 붙잡고 싶어 대입입시용 논술고사를 몇 번 친적이 있다.

늘 모의고사는 3등급 때에서 왔다갔다 했지만... 논술고사를 통해 뭔가 반전을 이뤄내보고 싶은 마음 반, 공부하기 싫은 마음이 반이었듯 싶다.

 

여러 대학에서는 내가 고등학생 때 논술전형이 인기였다. 많은 대학들이 논술전형에 진심이었는지 내가 있는 시골까지 논술전형에 대한 정보들이 전해졌다.

그 중 이유는 모르겠지만 많은 대학중 한양대 논술고사를 골랐다. 논술은 솔직히 말해서 어려웠다.

내가 학창시절 즐거움을 느꼈던 요소가 조선weeklyBiz라는 일주일마다 오는 특별 신문 부록과 why?라는 여러 칼럼들과 화제의 인물들, 배울만한 점이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따놓은 부록이었다.

 

어느날은 논술고사를 치고서 교실 반에 돌아와 공부를 하고있는 중이었다. 갑자기 우리학년 부장선생님이 날 호출했다.

그 부장선생님은 항상 막대기를 들고다니지만 대부분 카리스마와 말로 학생들을 조지던(?) 분이었다. 

난 학교에서 매우 조용하고 말잘듣는 역할을 지향했고 실제로 그랬음으로 그 분이 나를 부를만한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렇게 3학년 교무실에 불려갔더니 그 선생님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다가가 옆에 앉으니 나에게 한 첫마디는 '혹시 논술모의고사 답지 배껴서 적었니?'였다. 난 무슨 얘기인가 싶었다. 선생님이 내가 쓴 답지를 펼쳐 보여주시는데 모범답안과 내가쓴 답안이 굉장히 유사했고, 비록 한 주제에 대한 것이었지만 내 등수는 분명히 전국에서 3등을 찍고 있었다. 

 

그 선생님은 국어 선생님이었다. 어떻게 글을 이렇게 적을 수 있냐며 나를 보며 몹시 신기해하던 기억이 난다. 나도 나에게 이런 저력이 있을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럼 혹자는 논설가나 글 관련 직업으로 나가지 그랬나 하겠지만...그 분야로의 진출은 꿈도 꾸지 않았다. 내가 서울근교에서 태어나서 문화예술과 밀접해서 일자리를 구할 가능성이 있었거나, 글을 짓는데에 밤을 지새울 정도로 흥미가 있거나, 그렇다고 유망한 직업은 절대 아니었기에 내가 글을 잘 적는다는것은 초등학생 때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내가 살아오면서 냇던 남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결과치는.. 수능 때 받은 유일한 수학 1등급과 글짓기 관련 수많은 상이다. 

재능은 없고, 노력도 안했지만 글 관련 대회에 나가면 시짓기든, 독후감이든, 글짓기 대회에서는 많은 상을 거머쥔 기억이 있다.  살면서 1등과는 거리가 먼.. 내가 받은 유일한 1등상도 글짓기 대회다.

 

군대에서도 내가 받은 유일한 표창은 사단에서 5명 뽑던 글짓기 대회 관련 상이었다.

갑자기 생각나서 살면서 있던 글짓기 관련 일들을 쭉 적어봤는데 글을 못적는 것은 아닌듯 싶다.

 

항상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서도 댓글 좋아요도 많이 받는 편에... 카페에서 적는 글들에도 좋은 글이라며 칭찬하는 글들이 달린다.

그런데 글을 조금 잘 적으면 뭐하는가.. 시나리오 작가나, 소설가, 논객, 시인... 세상에서 돈벌어먹기 어려운 직업들만 기다리고 있는데...

 

라고 생각했던게 오늘 깨졌다.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있는데... 강의해주시는 강사님도, IT관련 커뮤니티에서도 글짓기를 잘하는 사람과 프로그래밍 잘하는 것에 대한 연관관계를 짓고 있었다.

심지어 모 개발사 대표는 신입을 뽑을 때 글을 적어보고 뽑는다는 댓글도 있었다!

 

내가 다 자신 없는데 즉석 글짓기 하나 만큼은 자신있다. 진심이다. 쑥맥이라 말도 잘 못하고 그렇지만..

내가 적는 글만큼은 다르다.

 

군대에서 나라는 사람의 성격은 계속 답답하게 입꾹다물고 있고, 사람이 어울릴려하지 않으니 정말정말 싫은데, 그 글솜씨는 너무 좋다. 너한테 너무 아깝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내가 군대 가기전 사회경험이 너무 적긴했다 지금도 미안하다.)

 

나를 포기하고 보고만 있던 직속간부마저도... 내가 쓴 글을 보고 날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했고, 그 덕에 나를 바꿔 보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나에게 1대1 운동지도를 시키기 시작했고 나도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난 글 짓는 재능은 어릴 때부터 부여받았고, 책을 어떻게 읽어야 되는지..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지 자연스럽게 쌓아온 10년 간의 노력과 노하우가 고스란히 쌓여있다. 이대로 프로그래밍에 응용할 것이다.

무엇보다 나도 공을 들이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화위복. 지난 4년 간 딴 길을... 분명히 잘못된 길, 다른 길들을 걷고 있었다. 하지만 그 4년간에 많은 교육자료들이 나와 내가 프로그래밍에 다시 도전할 여건이 강하게 형성되었다. 수준높은 강의도 사실 2018년에 전과했을 때는 거의 없었다.

 

4년 간 먼 길을 돌아왔지만 정신만큼은 확실히 성숙해졌다. 말 하는 것에 대한 공포증도 고쳤고, 과거의 실패에 대한 이유 및 나라는 사람에 대해 끊임없이 홀로 성찰한 지난 4년이다. 나의 공부방식 확립도 공무원 시험 중 만난 비싼 강의료 받지만 실력만큼은 월등한 세무사님들, 회계사님의 공부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특히 공부방식. 그리고 덩치가 큰 분야를 내가 어떤 마음가짐, 진도 방향으로 쪼개 먹어버리는가.. 처음 접한 분야의 정보는 어떻게 찾는가 등.. 

 

이제 글짓기 능력, 정확히는 수많은 데이터 속에 필요한 정보를 뽑아내는 내 타고난 능력을 진정 키우고 써먹어야 할 때가 왔다. 해보자. 그냥. 많은 생각들이 있겠지만 이제는 그 생각들을 내려놓고 가볍게 시작해 보고 싶다. 

'개인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럴 때가 있다.  (0) 2022.10.27
생각정리(기초가 내 길인 이유)  (0) 2022.10.20
이 교정 통증으로 날린 하루의 생각.  (0) 2022.10.12
닭가슴과 나의 삶  (0) 2022.07.20
책에 대한 기록  (0) 2022.07.20